엔조 마레스카 감독 체제의 첼시는 점유율을 기반으로 한 정교한 포지셔닝 플레이를 추구한다. 기본 포메이션인 4-2-3-1은 경기 중 유기적으로 3-2-4-1 형태로 전환되며, 이는 주로 마크 쿠쿠렐라와 같은 풀백이 중앙 미드필드 지역으로 이동(인버티드 풀백)하여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전술적 유연성을 통해 첼시는 시즌 초반 페널티킥을 제외한 기대 득점(npxG)에서 준수한 수치를 기록하며 공격 과정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핵심에는 심각한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팀의 공격 창의성을 전담하던 핵심 플레이메이커 콜 파머가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첼시의 공격은 점유율만 높을 뿐 실질적인 위협을 만들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공격'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파머의 부재는 중앙 지역과 하프 스페이스에서 상대 수비 블록을 무너뜨릴 가장 효과적인 무기를 잃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주앙 페드루가 고립될 가능성을 높인다.
반면, 벤피카는 조제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극단적인 실용주의 축구로 회귀했다. 첼시와 같은 점유율 지향적 팀을 상대로 무리뉴는 의도적으로 점유율을 내주고, 수비 블록을 견고하게 구축한 뒤 빠른 역습으로 전환하는 전술을 사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들의 npxG 수치는 낮을 수 있으나, 공을 탈취한 후 전개되는 역습의 질은 매우 높을 것이다. 특히 반겔리스 파블리디스의 결정력과 도디 루케바키오의 빠른 발은 첼시의 높은 수비 라인 뒷공간을 공략할 최적의 무기다. 결국 이 경기의 공격 양상은 파머 없이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어야 하는 첼시의 창의성 부재와, 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타격하는 무리뉴식 역습의 효율성 대결로 요약될 것이다.
이 경기는 전술적 상성과 현실 변수들이 모두 첼시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퍼펙트 스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마레스카 감독의 이상적인 포지셔닝 축구는 핵심 선수들의 부상과 경험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공격의 구심점인 파머의 부재와 수비진의 붕괴는 치명적이다. 이러한 첼시의 약점은 수비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상대의 빈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무리뉴 감독의 실용주의 축구에 완벽하게 공략당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무리뉴 감독이 자신의 전성기를 보냈던 스탬포드 브릿지로 돌아온다는 점은 경기에 강력한 서사를 부여하며, 선수단에 엄청난 동기부여로 작용할 것이다. 첼시는 경기 내내 높은 볼 점유율을 기록하겠지만, 파머 없는 공격진은 벤피카의 밀집 수비를 뚫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반면, 벤피카는 수비에 집중하다가 간헐적인 역습을 통해 첼시의 불안한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여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요소를 종합했을 때, 원정팀 벤피카가 실리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최소한 패하지 않는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